시인 허행일
1968년 대구 출생
한국시민문학협회 사무처장외 가
허 행 일
그 옛날
산적이 살았다는 무운리재 너머
가파른 오솔길 삼 십분 걷다 보면
소설 속 동네 어귀
샛바람 흔들리는 미루나무 두 그루
쇠죽 연기 피어오르던 내 어릴 적 외가
큰 솔가지 엮어 만든 대문을 열어 젖히면
외할매 버선발로 반겨 주시고
폐병 앓던 이모의 기침 소리가 정겹다
철 따라 향기 다른 장독대
모개 나무 그림자가 시원하던 뜨락
막내 삼촌의 힘 찬 두레박질에 마르지 않던 우물가
모깃불 매거운 밤이 오면
은하수 이불 삼고
소쩍새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
한 여름 밤더위에 잠깐 잠이 깰 때면
외할배 팔베개에 연신
더위 모기 쫓아 주시던 부채질
농암장 정든 소 팔고 오시면서 외할밴 무심히 떠나시고
서울 삼촌 집에서 고향하늘 그리며 외할매 가셨지만
지난 매미 태풍 때 사랑채만 무너졌을 뿐
무성한 잡초 속의 내 어릴 적 외가